Love and Tango
수줍고 발그레한 핑크빛이 아닌 깊은 숙성을 거친 감미로운 레드와인이 담긴 잔에서 비춰질 법한 농후한 적핑크빛을 선호한다.
그것은 생그러운 첫사랑이 아니라, 성숙한 두 남녀의 완숙하고 풍미있는 사랑의 빛깔과도 같다.
격렬히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에 세팅된 로즈 투어머린 반지 두 개가 마주한 모습은
마치 정열적인 탱고의 클라이막스에서 상체를 뒤로 한껏 젖힌 두 무용수의 포즈를 연상케 한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그 유명한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 'por una cabeza'를 배경으로 선보이는
절도있고 우아한 탱고도 좋지만,
뮤지컬 'forever Tango' 에서 볼 법한 한층 관능적이고 노골적인 탱고야말로,
마치 서로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 활활 불타오르는 두 남녀의 격정적 사랑과 닮아있다.
탱고는 원래 '만진다' 라는 뜻의 라틴어 '탕게레' 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두 파트너 간의 에로티시즘적인 아슬아슬한 밀착과 터치가 주를 이룬다.
허나 그것이 전혀 싸구려 구애의 몸짓처럼 음탕하거나 저급해 보이지 않는다.
'Love is touch, touch is love' 라고 했던가,
사랑은 기본적으로는 서로에게 깊게 안착된 두 영혼의 정신적 결합을 바탕으로 하되,
'잘 만질 줄 아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다.
부드럽고 감미롭게 쓰다듬는 터치와 손길에서 더욱 풍부한 교감이 샘솟는 것이니.
훌륭한 탱고는 서로 미끄러지듯 절묘하게 들어맞는 남녀의 스텝을 바탕으로,
때로는 폭발적으로 들이미는 듯 하다가도 돌연 나른하며 섬세하고 감성적인 터치를 주고받는데,
은밀하고 관능적인 사랑의 속삭임을 몸짓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허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갈구하듯 바라보는 눈빛이다.
이는 마치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연히 혼연일체가 되어 두 사람이 하나로 뭉뚱그려질 것만 같은
사랑의 모습이다.
온전히 본능과 감정에만 충실한 탱고를 보고 있노라면,
어떤 조건도 한계도 뛰어넘은 처절한 사랑의 서사를 보는 것만 같다.
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한번쯤 탱고와 같은 사랑이 찾아온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